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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2. 12. 11:11 – NomadG

진흙탕 속 진짜배기의 발견 - 홍상수

(최근의 영화 제작 시스템 속에서 믿기지 않은 다작을 펼쳐낸 감독인 홍상수.그의 영화는 기존 한국 영화의 기조를 철저히 따라가지 않는다.)





홍상수 영화를 편견 없이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이게 무슨 영화인가?' 싶을 정도로 당혹스럽게 다가온다.

그러다 궁금한 나머지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찾아보면 뭐 이런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다.


철저한 시나리오로 자신의 가치를 담아내도 모자랄 판에 그는 아침에 비가 온다며 잘게 찢은 종이에 새로 쓴 대본을 배우에게 던지고 웃음 지으며 담배를 피는 감독이라는 사실에 말이다.





그런데 홍상수 감독 영화는 깊은 맛이 있다. 

좋은 재료를 여럿 넣어서 더 이상 우려낼 수 없을 정도로 푹 우려낸 육수같은 맛이다.


그런 육수엔 어떤 재료를 넣고 조미료 없이도 깊은 맛이 난다.

아마 홍상수 감독의 인생이 우러나온 육수에 좋은 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찌질한 연기가 더 하는 영화들은 평범한 일상을 담아내는 것 같지만 묘하게 빨려 들어간다. 


찌질하기 때문인데, 대다수 관객들은 남자 주인공에게 조소를 날려보낸다. 

말할 용기가 없어 술에 의존하여 좋다고 하거나, 자신의 이름을 다른 남자 이름으로 잘못 부르는 아내를 보며 '사촌인가?'하며 애써 넘기려하는 남자들의 모습은 정말 찌질하기 그지 없다.


헌데, 그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는 우리의 인생이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진흙탕에서 허우적거리는 일개 동물에 불과하다.

그리고 인생의 깊이를 깨닫고나면 '이젠 다시 그러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하지만 아무 소용 없음을 깨닫게 된다.


홍상수 감독은 그 지점에 대해 정확히 그려내곤 한다.

모든 일은 결국 반복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도 진흙 속엔 진흙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진주가 발견되기도 하고, 맛있는 조개가 발견되기도 한다.


뭐가 나올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정해진 것이 없는 인생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보면 뭔가는 나오겠지.


진짜배기를 찾기 위해 늘 분주히 움직이는 감독. 홍상수는 아직도 그 진짜배기를 찾고 있다.